허우룩 제이는2017.11.22 21:36

유당과 글루텐 불내증으로 웬만해선 유제품이나 밀가루 함량이 높은 음식은 피하고 있다. 그러나 빵순이가 어찌 빵을 안 먹을 수가 있겠는가. 더군다나 매주 토요일마다 남동생이 빵과 디저트를 만들어서 가져다 주는데 그걸 안 먹는다면… 그래서 집에 있는 날은 유당이고 글루텐이고 뭐가 들어가 있든 신경 안 쓰고 먹는다. 특히 빵은 손을 안 댈래야 안 댈 수가 없다.


제과 쪽에 관심이 많은 동생은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진 않는다. 다만 제과 제빵 과정을 눈으로 보고 직접 경험하고 싶어해서 제과 제빵 클래스를 운영하는 선생님을 찾아 갔었고 정기적으로 다니기는 힘들어서 작년에 잠깐 다니다가 말았다. 그리고 그게 아쉬웠었는지 고등학교 졸업한 후 오롯이 자기만의 시간을 견뎌내고 있던 그가 불쑥 모았던 돈으로 한 달 정도 수업을 듣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그 말에 나는 "그 돈은 나중에 여행을 가든 너 필요할 때 보태 쓰고 누나가 다른 건 몰라도 수강료는 내줄테니 걱정마라." 했다. 그리고 요즘 동생이 만들어준 빵을 먹으며 흐뭇하다.


오랜만에 선생님 수업을 듣게 되면서 만들어 온 브라우니다. 자세히 설명은 못 들었으나 독일 초콜릿을 사용해서 만들었다고 했다. 홍차 한 잔에 동생이 만든 걸 한 입 베어 무는데 잘 어울렸다. 초콜릿을 녹여서 브라우니 바닥면에 입혔고 슬라이스 된 아몬드를 윗 부분에 올렸다. 겉으로 보여지는 빵의 거친 느낌에 비해 식감은 부드럽고 촉촉해서 맛있었다. 눈으로 보고만 있자니 침이 고인다.


사이 좋게 나누어 먹으라고 한 사람 당 네 개씩 주어졌는데 만들어 온 날 홍차 두 잔에 두 개를 집어 먹고 그 다음날 커피 한 잔에 남은 두 개를 더 먹었다. 개인적으로는 홍차와 더 잘 어울리는 브라우니였다는 생각이 든다.



田舎パン(いなかパン)

처음 빵 만들기 배울 때 만들어 온 이나카 빵이다. 이번이 두 번째인데 식구들이 맛있다고 한 게 생각나서 선생님께 말씀드려 이번에 또 만들어 왔다. 일본어로 이나카 빵, 한국어로는 시골빵이라고 일컫는다. 다양한 곡물을 첨가하여 만든 빵으로 빵 자체의 순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심심한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빵맛도 좋다.


심심한 맛이 아쉽다면 빵을 얇게 썰어, 발사믹과 섞은 올리브에 살짝 찍어 먹어도 좋다.



나이 차이가 나는 동생인지라 뭘 하든 여러므로 신경이 쓰여 잔소리도 참 많이 했었다. 그래서인지 부모님보다도 누나인 나를 더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 뒤로 잔소리보다 혼자 공부하는 동생을 멀지감지 바라보며 그의 꿈과 미래를 지지할 뿐이다. 


나의 경우 뭘 하든 안된다, 하지 마라와 같은 말을 워낙 많이 듣고 자랐기 때문에 나 이외의 주변 사람들은 되도록이면 그런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원색적인 비난보단 칭찬을 아낌없이 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동생이 만드는 빵이나 디저트의 맛을 보고 무조건 맛있다고 하진 않는다.


지금껏 동생이 만들어다 준 빵과 케이크를 보면 겉모양은 상당히 투박하고 거칠었다. 기술면에서는 한참 부족하다. 그러나 정성이 들어갔다는 게 느껴지고 맛을 한 번 보고 나면 다시 먹고 싶다는 생각들기도 한다. 또 속이 더부룩하거나 불편하지 않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어쨌든 사심없이 욕심없이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큰 도움을 줄 수 없음에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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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우룩 제이